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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구아테말라,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페루의 여자 신학교수들의 모임이 코스타리카의 산 호세 성서 대학에서
젠더와 폭력을 주제로 3월 1/3일 있었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이들과 함께 논의에 참석하여 같이 토론하고 대안적 방안을 모색하고, 성서 명상과 이들이 준비한 예배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남미는 식민지의 부정적 영향이지만, 언어가 포르투칼어와 스페인어로 공용적으로 의사 소통이 되기 때문에 아시아에 비해서 여신학자의 전체적 연대가 훨씬 발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럽 사람들의 후예임을 금방 느낄 정도로 표현방법과 태도가 적극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원래 토착민들은 물론 다르다. 그러나 이들은 극히 소수이며, 메스티조에게 눌려서 주로 소외 계층에 속하여있다.
낯선 나라에 도착하였을때 아주 낯익은 우리의 제품들의 간판 광고와 실제 제품들을 보게 되면 늘 그렇듯이 반갑기 마련이다. 이젠 다국적 기업이 되어버린 우리 기업의 체제에 대한 비판이 앞서기 보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거리에서는 현대와 대우, 기아의 차들을 보고, 숙소에 들어가면 LG 냉장고와 삼성 TV를 만나게 되면, 먼 이국 땅이지만 안락함과 친근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의 생산과정에서 지나친 착취와 이윤추구의 악랄함만이 없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겠다.
2월 말에 코스타리카의 수도 산 호세에서도 자유무역 반대의 시위가 있었다. 한국 농민상을 수상한 이경해씨가 죽음을 선택한 곳도 이 중남미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시위 모습을 지켜 보았다. 우리와 비교하여 볼때 굉장히 평화적 시위였다.
이번에 회의에 참석하기 전에 바나나 생산지를 방문하였다. 내가 몸담고 있는 미션 21에서 경제정의, 환경정의를 추구하는 NGO를 지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남미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만들어낸 남미 전체에 지역망을 갖춘 평화단체이다. 어느 나라 NGO 사무실을 가도 느껴지듯 특유의 냄새가 난다. 초라하고 비좁은 사무실이지만 정신성이 살아 있는 곳의 냄새이다. 코스타리카는 "중남미의 스위스"라고 불리는 부유한 나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의 이면에는 식민지의 후유증과 특히 1899년 시작된 미국의 다국적 바나나 기업의 착취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감추어져 있다. 코스타리카는 지구 상에서 "종의 다양성"을 관찰하는데 가장 좋은 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바나나 생산을 위하여 노동자의 몸이 망가지고, 쉼없이(안식년과 희년의 원칙) 땅을 착취하여 생산하느라 땅이 망가지게 된다. 병충해 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독극성 화학 물질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사용 금지 되어 있지만 이들 나라에서는 버젓이 사용되어 노동자의 몸과 물과 땅을 망가지게하며, 또한 바나나의 생산성 품질 보존을 위하여 사용되는 비닐은 썩지 않기 때문에 또하나의 커다란 자연재해의 원인이 된다. 그래서 이곳을 "녹색의 지옥(green hell:Carlos Luis Fallas)"이라 부른다.
이들 피해 노동자 여성들을 만나면서, 마치 우리 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난듯한 느낌이 들었다. 병든 몸을 필자에게 보이면서도 수줍게 미소짓는 그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날 저녁 한숨도 잠을 못이루었다. 지치고 힘든 노동과 정의로운 법적 투쟁을 위한 험난한 과정속에서도 희망을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에 오히려 내가 감동을 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라 하는 이몽룡의 시가 문득 떠올랐다. 지구의 북반구의 사람들이 즐기는 대부분의 부와 단맛은 모두 남반구의 사람들의 피땀의 결과이다. 다이아몬드, 금등의 천연 자원보유고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세계에서 제일 가난한 나라에 속해야 하는 것이 우리 지구의 체제이다. 식민지와 그 후유증으로 이어진 경제의 종속구조와 자국내에서의 독재체제와 다수의 공익을 생각하지 않는 소수 특권층의 몰지각성이 빚어낸 복합적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체제 구축에 일익을 담당한 서구의 기독교가 과거에 대한 진정한 회개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아무쪼록 우리 한국의 기독교는 이 모습을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의 뜨거운 신앙의 열기가 이러한 불의한 구조를 바꾸는 쪽으로 오히려 더 발산되길 또한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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