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이 계획을 하지만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잠 16:1)이라는 절실한 체험속에 많은 것을 감사하며 나는 이번 방학을 보냈다. 1월 초에 나는 약 40일 간의 일정으로 생태신학 세미나에 참석하고, 유태교 신비주의에 대한 영어권 자료를 좀 더 찾고자 남반구의 시드니를 찾았다. 내가 본래 계획하였던 것 보다 더욱 훌륭한 계획을 하나님이 갖고 계셨음을 뒤늦게 깨닫고는 더 감사할 따름이었다.
호주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은 유럽인들에 의하여 지배된 국가이면서도 지리상으로는 우리와 같이 태평양에 위치하여 있다는 특성때문이었다. 시드니는 이민자들로 인하여 유럽 문화적 전통이 아시아적 전통과 맞물려 형성된 복합 문화적 특성이 나타나는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었다. 또한 여태 주목하지 못하였던 남태평양 연안의 작은 섬나라 사람들과의 풍부한 만남도 많이 갖어 볼 수 있었던 것은 너무나 풍요롭고 감사한 경험이었다. 특히 Fiji 교회 공동체와 목사님들을 만나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땅과 인간과 바다의 조화와 안녕을 뜻하는 Vanua 라는 개념과 예수 그리스도를 뜻하면서 복음이 그 땅에 전해지기 이전의 토착적 의미를 내포하는 Tabua(고래 이빨을 갖고서 만든 물체가 그 상징성을 간직한다)의 개념에 대한 설명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피지는 100 여년 전부터 영국 식민지 정책의 결과로 유입된 인도인 노동자 후손들이 적극적으로 상업에 종사한 결과 현재는 상권과 경제력을 장악하며 예전과 마찬가지로 주로 농업에 종사하는 피지 원주민과 정치적, 경제적 갈등관계에 있다고 한다. 이러한 만남을 통한 배움의 기회에 의하여 다음의 문제들을 나는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1. 복음이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가? 2. 각기 다른 문화적 상황에 따른 복음의 토착화 문제 3. 후기 식민지 시대의 민족적 갈등의 시대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하에 성서적 화해의 의미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등이다.
백인들을 두 부류로 나누어 본다면, 서구 역사가 지닌 죄악성을 인정하는 부류의 사람과 그렇지 않은 부류의 사람들로 구분해 볼 수 있겠다. 이번에는 전자의 부류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 더욱 흥미로왔다. 서구 유럽 기독교 국가들이 식민지 정책과 더불어 본격적인 이민 정책을 열어간 것은 불과 2, 300년이 지나지 않는다. 최근 100여년동안에는 본래의 원주민들의 자녀들을 부모의 허락도 없는 상태에서 선교와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그들의 부모와 전통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정책이 있었다. 수만년 전부터 그 땅에 자리하며 살아가던 이들을 내몰고 서구 유럽인들은 기후가 인간 살기에 적절하고 자연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대륙을 지배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정책을 굳히기 위하여 이러한 수단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이와같이 희생된 세대를 가르켜 stolen generation이라 불렀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자매와 형제가 누구인지도 전혀 모른채 완전 격리되어 백인 기독교 문화안에서 자라나면서 그들 고유의 문화와 전통과는 단절되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빼앗기고 상실되고 유린된 시간들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기독교가 이러한 역사적 죄악에 관련됨으로 이에 실망을 느끼게 된 것이 현재 서구 젊은이들이 교회에 흥미를 잃은 한 원인이라는 분석도 들었다. 이것은 호주 뿐 아니라, 캐나다, 미국등의 신대륙에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성을 인식하고 죄에 대한 고백과 아울러 화해의 노력을 시도하는 백인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스런 일이었다.
나는 이번에 United theological College에서 있었던 생태신학에 대한 이론적 세미나에 참석하였을 뿐 아니라, 실천적 현장에서의 경험도 갖어 보게 되었다.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식물들이 토종 식물과 자연계를 지배하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를 복원하기 위하여 그러한 비 호주산 식물들을 뽑아내는 숲의 정화 작업에 동참해 보았다. 하나님이 본래적으로 만들어 놓으신 질서가 인간에 의해 파괴된 그 결과들을 본 것이었고 이를 본래적으로 환원시켜 놓으려는 모습을 본 것이다.
우연치 않게 서울신대 학생들과 만나 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동참하게 된 것 또한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할 일이었다. 관료적인 태도가 아니라 정성어린 모습들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여준 Alan Walker College of Evangelism의 학장 Ian Stehbens 목사님과 그 관계자들도 모두 고맙다. 또한 열심히 배우려고 노력한 학생들도 참으로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웠으며 그 만남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덕분에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이번 방학동안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더욱 풍요로워진 경험을 갖고, 신학기에 만날 학생들과의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그 내용들을 준비중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