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에 4/5월 중에 사바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자연 경관이 아름답고 한국에서 가깝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한국 관광객이
다녀가는 곳일 뿐 아니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한국인 선교사들의 활동도 더욱 활발한 곳이었다.
방문의 목적은 신학교에서의 강연과 아울러, 신학교육과 여성목회자, 교회 여성 연합회들의 현황과 내가 몸담고 있는 미션 21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중 한가지인 공정거래 무역 프로그램의 상황을 보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 무역에 대한 관심과 홍보가 널리 이루어지는 것을 보았는데, 이러한 운동이 유럽에서 가장 최초로 전개된 곳이 바젤이기도 하다.
전통 공예와 기술 전수의 의미 뿐 아니라, 인간의 노동력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에서의 경제 정의 실현이 그 구체적 의도이다. 이미 1950년대에 아프리카 가나와 아시아의 인도를 대상으로 커피, 커리등 먹거리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운동이 최근에는 생산품과 관련하여 다양한 품목으로 확대되었다. 매번 여행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이번에도 자연 속에서 토속적 문화를 이루어 나가는 사람들의 의지, 또 여성들의 강인함을 새롭게 볼 수 있었다. 타잔이 정글에서 줄을 탈때 쓰는 로탄과 대나무 등을 이용하는 것이 이들의 방법이었다. 겸허하게 이들의 지혜와 예지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자동차로 쉽게 들어가기 힘든 외딴 지역에서 단독 목회하는 여목사들을 만났는데, 여건이 만만치 않았지만, 기쁨을 갖고 지혜로이 자신들의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들이 나에게 새로운 도전을 주었다. 그리고 복음이 전하는 기쁜 소식을 통하여 하나님에 대한 완전한 신뢰가운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신앙고백이 나의 영혼에 많은 감동을 주었다. 화려한 미사 어구로 장식되지 않고, 신학적 논리가 전혀 곁들여 지지 않았더라도 너무나 설득력이 강한 언어로 내게 다가왔다.
이번 기회에 한국 교회와 한국 선교사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조금이나마 새롭게 배울 수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와는 달리 현지 교단과의 협력상황에서 전개되는 사업들이 많아서 긍정적으로 보인 점이 많았다. 단지 한국교회가 갖고 있는 고질병인 교단 분열과 근본주의적 신학의 성향이 그대로 이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무분별한 단기 선교가 오히려 그곳 사람들에게 민폐가 된다는 것도 인식되었으면 좋겠다.
강자에게 비굴하고, 약자에게 오만한 것이 일반적으로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정신은 그와 반대의 것을 우리에게 늘 일깨워 준다는 것을 새삼 상기하고 싶다. 단순한 자선의 차원에서의 선교활동이 아니라, 협력과 연대 속에서 다양한 차원의 화해를 이끌어 내는 해방의 행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
sabah.jpg (557992 Byt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