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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민수와 흐로마드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2693

요셉 L 흐로마드카(1889~1969)는 20세기 체코를 대표하는 신학자다. 종교개혁 이후 그 의미를 20세기에 가장 잘 재해석한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의 신학자 칼 바르트와 동시대를 살며 깊은 신학적 연대감을 드러낸 동료였다. 흐로마드카는 독일의 체코 침공뿐 아니라 히틀러 나치즘에 대한 독일교회와 신학의 잘못을 비판했던 실천적 신학자였다. 바로 그 때문에 생명의 위협을 받아 미국으로 망명했고 1939년부터 1947년까지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다.

독립운동가 배창근의 아들 배민수(1896~1968) 목사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특히 대한예수교장로회 농촌선교회 총무로 활동하며 식민지 상황에서 노동을 통한 농촌경제 활성화를 이끈 실천적 목회자이자 농촌운동가였다. 부인 최순옥 여사도 그의 활동을 적극 뒷받침했다.

그 사상의 중심에는 수직적 관계성 안에서 하나님 사랑과 수평적 관계성 안에서 이웃 사랑을 흙과 땀 흘리는 노동에 연계한 ‘농촌사랑’ ‘노동사랑’의 정신으로 풀어간 삼애정신이 있었다. 그는 특히 프린스턴대 인근 프린스턴신학교에 머물며 하나님 나라를 위한 신학적 성찰과 농촌운동을 위한 기본적인 계획을 세워 나갔다.

독일의 체코 침공과 일본의 한국 침략 사이에서 큰 고뇌를 지녔던 두 사람은 미국이라는 제3의 공간에서 동병상련과 같은 교감을 가졌다. 배 목사가 노동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신분질서에 길들어 있던 당시 한국사회에 큰 깨우침을 주는 것이었다.

농촌활성화 운동은 기독교적 사회운동의 의미도 지니고 있었다. 일제가 토지 조사를 시작하던 1910년대부터 농민들은 70% 이상 소작농으로 전락해 노동의 대가를 스스로 즐길 수 없는 노동 소외 상황에 빠졌다. 노동의 결실을 일본 제국주의에 빼앗기는 가운데 농촌은 급격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배 목사는 이를 정확히 파악한 뒤 농촌을 배경으로 사회운동에 참여한 것이었다.

노동의 가치보다 자본증식의 가치가 확대돼 세계경제의 구조가 심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시대다. 또 도시와 농촌 간 격차, 도시 내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시대다. 이때 배 목사의 노동을 통한 농촌개혁의 의미는 재해석될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배민수와 흐로마드카를 연결하는 키워드는 제국주의의 침략을 당한 약소국가의 설움이 아니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다. 하나님 나라는 기존의 연장선상에서 갱신하는 정도가 아니라 하나님에 의해 완성되는, 전적으로 새로운 차원을 말한다. 극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엘리시움이 아니다. 하나님에 의해 완성되는 새 하늘과 새 땅이다.

그러면 우리는 수동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면 되는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은 전지구적 위기 가운데 하나님의 정의의 빛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가는 것이다. 그것은 승자독식의 카우보이식 천민자본주의가 아니라 상생의 가치를 극대화하며 우리 안의 이분법적 적대감을 덜어내고 평화와 화해를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라는 이름으로 140여개의 서로 다른 교단이 존재한다. 너무 많다. 가장 큰 분열의 양상은 1950년대 예장 통합 측과 합동 측의 분열이다. 그 배경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교회 안의 이분법적 이념분쟁이 교회와 세계의 일치와 평화를 위해 설립된 WCC 가입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WCC 가입 문제로 통합 측과 합동 측이 나뉠 때 WCC의 용공주의를 비판하면서 많이 거론됐던 이름이 흐로마드카였다. 그의 이름과 신학은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도 되기 전에 반공주의 틀에 갇혀 선입견과 편견으로 거부됐다.

우리 현대사는 용공이냐 반공이냐는 이분법적 흑백논리에 따른 수많은 갈등과 대립으로 얼룩졌다. 요즘도 이런 현상이 간혹 나타나고 있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사라져야 할 현상이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배 목사의 삶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흐로마드카의 신학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와 연구가 시작되길 바란다.

정미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인쇄하기] 2019-07-02 10: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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